택시운전사처럼 덜 헤매고 안전하게 운전하는 방법

택시 뒤를 따라가다 배운 운전 감각
얼마 전 늦은 밤에 강남 골목을 지나가는데, 앞에 가던 택시운전사 한 분이 정말 부드럽게 차선을 바꾸더군요. 깜빡이 켜고, 빈틈 보고, 무리 없이 쓱 들어가는데 뒤차가 브레이크를 세게 밟을 일도 없었습니다. 저는 운전 14년을 했는데도 그런 장면을 보면 아직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택시운전사는 하루에 몇 시간씩 도로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일반 운전자가 한 달에 겪을 일을 며칠 안에 겪는다고 봐도 과장이 아니죠. 물론 모든 택시 운전이 모범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급하게 끼어드는 차도 있고, 승객 태우려고 갑자기 멈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잘하는 택시를 보면 공통점이 꽤 뚜렷합니다. 길을 빨리 아는 것보다, 덜 위험하게 움직이는 감각이 좋습니다.
택시운전사가 골목에서 덜 당황하는 이유
주차장보다 더 피곤한 곳이 좁은 골목입니다. 양쪽에 차가 빽빽하고, 배달 오토바이는 튀어나오고, 뒤에서는 차가 따라옵니다. 초보 때는 이런 길에 들어가면 일단 손에 땀이 났습니다. 근데 오래 운전하다 보니 택시운전사들이 골목에서 쓰는 방식이 보이더군요.
속도를 먼저 죽인다
골목에서 잘하는 운전자는 차폭 감각보다 속도 조절이 먼저입니다. 시속 10km 안팎으로만 줄여도 사고 확률이 확 내려갑니다. 좁은 길에서 20km와 10km는 체감이 완전히 다릅니다. 10km로 가면 보행자가 문득 나와도 멈출 여유가 있고, 마주 오는 차와 눈치 싸움을 할 시간도 생깁니다.
- 양쪽 주차 차량 사이에서는 사이드미러보다 앞바퀴 위치를 의식한다
- 코너를 돌 때는 안쪽보다 바깥쪽 뒷부분이 긁히는지 본다
- 마주 오는 차가 있으면 먼저 멈춰서 상대 선택지를 넓힌다
솔직히 양보 한 번 하는 게 자존심 상할 일도 아닙니다. 골목에서 10초 빨리 가려다 범퍼 긁히면 수리비가 20만 원, 30만 원씩 나갑니다. 주차장 기둥에 살짝 닿아도 도색비가 나오는데, 남의 차 긁으면 이야기가 훨씬 피곤해집니다.
택시처럼 주차할 때 바로 써먹는 습관
택시운전사들이 의외로 잘하는 게 정차 위치 잡기입니다. 손님을 태우고 내려야 하니 차를 어디에 세우면 뒤차가 덜 막히는지, 단속에 걸릴 위험이 있는지 계속 봅니다. 우리도 주차장이나 길가에서 이 감각을 조금만 가져오면 실수가 줄어듭니다.
입구 근처는 편해 보여도 손해일 때가 많다
마트나 병원 주차장에 가면 다들 입구 가까운 칸부터 찾습니다. 저도 예전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입구 근처는 보행자, 카트, 회전 차량이 몰립니다. 문콕도 많고, 빠져나갈 때도 더 오래 걸립니다. 오히려 입구에서 20~30m 떨어진 구역이 주차 난이도는 낮고 출차가 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초보거나 큰 차를 몰면 기둥 옆 끝자리보다 양쪽이 비어 있는 중간 구역이 낫습니다. 끝자리는 좋아 보이지만 기둥, 벽, 소화전함 때문에 문 여는 각도가 애매한 곳이 있습니다. SUV는 뒤 해치 열 공간까지 봐야 합니다. 트렁크 열었는데 벽에 닿을 것 같으면 짐 싣는 내내 짜증 납니다.
- 출입구 바로 앞보다 한 줄 뒤를 먼저 본다
- 기둥 옆은 문 열림 각도와 뒷범퍼 회전 반경을 본다
- 경차 구역, 장애인 구역, 전기차 충전 구역 표시는 반드시 확인한다
과태료 피하려면 택시운전사처럼 표지판을 본다
주정차 과태료는 정말 아깝습니다. 밥값도 아니고, 기름값도 아니고, 그냥 방심값입니다. 일반 승용차 기준으로 불법 주정차 과태료는 보통 4만 원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어린이보호구역은 더 무겁게 나옵니다. 지역과 상황에 따라 다르니 현장 표지판과 지자체 안내가 우선입니다.
택시운전사들은 정차를 자주 하니까 표지판 보는 속도가 빠릅니다. 노란 실선인지, 점선인지, 버스정류장인지, 횡단보도와 몇 미터 떨어졌는지 습관처럼 봅니다. 저도 과태료 한 번 낸 뒤로는 목적지 도착 30초 전부터 길바닥과 표지판을 같이 봅니다. 내비가 도착했다고 말해도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은 아니니까요.
잠깐이면 괜찮다는 생각이 제일 위험하다
편의점 앞에 2분만 세운다고 했다가 신고 앱에 찍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은 단속 차량만 조심하면 되는 시대가 아닙니다. 시민 신고도 있고, 고정형 CCTV도 있고, 어린이보호구역은 더 민감합니다. 비상등을 켰다고 합법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비상등은 내 사정을 알리는 표시일 뿐, 주정차 금지 구역을 허락해주는 표시가 아닙니다.
- 횡단보도, 교차로 모퉁이, 버스정류장 주변은 짧게도 피한다
- 노란색 선이 보이면 주변 표지판까지 같이 확인한다
- 잠깐 정차가 필요하면 유료 주차장 10분 요금과 과태료를 비교한다
솔직히 10분 주차비 1,000원 아끼려다 4만 원 내면 하루 기분이 망가집니다. 저는 이제 애매하면 그냥 주차장 들어갑니다. 돈이 아깝긴 해도 마음이 편합니다.
운전 오래 해도 택시운전사에게 배울 점은 있다
택시운전사처럼 운전하자는 말이 거칠게 끼어들고 빨리 가자는 뜻은 아닙니다. 오래 도로에 있는 사람들이 몸으로 익힌 생존 습관을 가져오자는 쪽에 가깝습니다. 골목에서는 먼저 느려지고, 주차장에서는 입구 욕심을 조금 버리고, 정차할 때는 표지판부터 보는 것. 이 세 가지만 해도 운전 스트레스가 꽤 줄어듭니다.
운전 14년차가 되어도 아직도 처음 가는 주차장은 긴장됩니다. 낯선 지하주차장 회전 구간, 좁은 경사로, 출구 앞 정산기 위치 같은 건 매번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는 운전을 잘한다는 기준을 빠르게 가는 것보다 덜 긁고, 덜 싸우고, 덜 내는 쪽으로 봅니다. 과태료 안 내고, 문콕 안 만들고, 뒤차와 얼굴 붉힐 일 없이 빠져나오면 그날 운전은 꽤 잘한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