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성능기록부에서 놓치기 쉬운 곳 확인하는 방법

예전에 중고차를 보러 갔다가 차가 반짝반짝해서 마음이 먼저 기운 적이 있습니다. 딜러가 건넨 성능기록부도 ‘양호’라는 글자만 훑고 접었죠. 그런데 시운전할 때 브레이크를 밟으니 차가 한쪽으로 살짝 쏠렸습니다. 그날부터 중고차 성능기록부는 차 앞에서 한 줄씩 읽게 됐습니다. 종이에 적힌 상태와 내가 느낀 상태가 같은지 보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더라고요.
차량번호와 점검 날짜부터 맞춰 봅니다
중고차 성능기록부를 받으면 먼저 차량번호, 차대번호, 주행거리, 점검일을 차와 대조합니다. 광고 화면의 주행거리가 7만 8천 km인데 기록부에는 7만 3천 km라고 적혀 있다면, 언제 그만큼 더 달렸는지 물어볼 만합니다. 기록부의 차대번호도 차량에 표시된 번호와 같은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다른 차의 기록부를 보고 있다면 뒤의 항목을 꼼꼼히 읽어도 소용이 없으니까요.
점검일이 오래됐다면 그사이 차량 상태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상 기록부는 발급일을 기준으로 120일 이내에 점검한 차량에 대해 발급합니다. 그렇다고 120일 안에 찍힌 기록이면 오늘 상태까지 보장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차를 보러 간 날 타이어 상태나 경고등, 누유 흔적을 다시 확인하고, 기록부와 차이가 보이면 계약 전에 설명을 요청합니다.
‘무사고’ 한 글자보다 수리 부위를 봅니다
제가 가장 오래 들여다보는 곳은 외판과 주요 골격의 교환·수리 표시입니다. 문이나 범퍼를 손본 흔적과 차체의 주요 골격을 수리한 흔적은 차를 판단할 때 무게가 다릅니다. 판매자가 ‘단순 교환이에요’라고 말해도 어느 부위인지, 왜 교환했는지 기록부 그림과 설명을 같이 봅니다. 표시가 애매하면 실제 차량의 좌우 도장 색, 패널 사이 간격, 볼트 자국도 살펴봅니다.
다만 기록부의 사고 표시 하나로 차의 모든 과거를 알 수는 없습니다. 보험개발원의 사고이력과 자동차365의 이력조회도 함께 확인하면 기록부와 다른 단서가 나올 수 있습니다. 보험 처리 내역이 없다고 수리한 적도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죠. 저는 자료끼리 내용이 다르면 어느 쪽이 맞는지 설명을 듣고, 납득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계약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양호 표시 옆의 누유와 점검불가도 읽어야 합니다
엔진, 변속기, 조향, 제동 장치 칸은 낯선 말이 많아 그냥 넘기기 쉽습니다. 저는 ‘미세누유’, ‘누유’, ‘점검불가’ 같은 표시를 먼저 찾습니다. 미세누유가 곧 당장 큰 고장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어디에서 새는지와 수리 필요성을 물어봐야 비용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점검불가는 양호 판정이 아닙니다. 확인하지 못한 이유를 듣고 직접 상태를 확인할 방법이 있는지 묻는 게 맞습니다.
시운전도 꼭 해봅니다. 시동을 걸었을 때 경고등이 정상적으로 꺼지는지, 저속에서 변속이 거칠지 않은지, 제동할 때 차가 쏠리지 않는지 봅니다. 저는 조용한 곳에서 창문을 조금 내리고 방지턱을 천천히 넘으며 하체 소리도 들어봅니다. 짧은 시운전으로 고장을 다 찾아낼 수는 없어도, 기록부에 ‘양호’라고 쓰인 차에서 이상을 느꼈다면 그냥 지나칠 이유는 없습니다.
계약할 때 기록부를 챙기고 인수 후 바로 확인합니다
계약 직전에는 침수 여부, 용도 변경 이력, 주요 항목의 상태를 다시 읽고 설명받은 내용을 계약서와 맞춰 봅니다. 매매업자를 통해 사는 경우 기록부를 발급받아 보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말로 들은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 서로 기억이 달라지지만, 날짜와 표시가 남은 서류는 나중에 확인할 기준이 됩니다. 기록부 사진만 찍어 두더라도 모든 페이지와 차량번호가 보이게 남겨 둡니다.
인수 후 이상이 느껴지면 오래 타면서 지켜보기보다 바로 기록부와 대조하는 편이 낫습니다. 성능·상태점검 내용에 대한 보증은 차량 인도일부터 최소 30일, 주행거리 최소 2천 km로 정해지며, 실제 적용은 기록부에 적힌 기간과 거리 중 먼저 도래하는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모든 고장과 소모품 교체가 보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록부의 점검 내용과 실제 상태가 다른지, 해당 항목이 보증 범위에 드는지가 관건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증상과 계기판 주행거리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고 판매자와 점검자에게 곧바로 알리는 게 좋습니다.
중고차를 고를 때 저는 반짝이는 외관보다 기록부와 실제 차가 서로 같은 말을 하는지 더 믿습니다. 몇 줄 더 읽느라 차 앞에서 10분을 쓰는 게, 나중에 정비소에서 예상 못 한 비용을 듣는 것보다 마음이 편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