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필랑트처럼 전기차 효율을 챙기려면 이렇게 운전하면 됩니다

얼마 전 르노 필랑트 사진을 보고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처음엔 ‘이게 도로에 나오는 차야, 전시장 조형물이야?’ 싶었거든요. 길이 5.12m짜리 차체에 높이는 1.1m대, 1인승 조종석, 얇은 바퀴, 비행기처럼 생긴 덮개까지. 주차장 입구에서 만나면 차단기 직원도 한 번은 다시 볼 만한 생김새입니다.
그런데 숫자를 보니 더 흥미롭더군요. 르노 필랑트는 87kWh 배터리를 싣고도 차 무게를 약 1,000kg 수준으로 맞춘 전기 콘셉트카입니다. 효율 기록을 노린 차라서 양산차처럼 가족 태우고 마트 가는 용도는 아닙니다. 그래도 운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기록용 차에서 일상 운전 팁이 꽤 나옵니다. 특히 전기차 타는 분들은 충전비, 주행거리, 타이어 마모가 전부 돈으로 이어지니까요.
르노 필랑트가 특이한 이유
르노 필랑트는 정확히 말하면 ‘르노 필랑트 레코드 2025’ 성격의 전기 데모카에 가깝습니다. 이름도 1956년에 기록을 세웠던 르노 에투알 필랑트에서 가져온 느낌이 강합니다. 핵심은 빠른 차라기보다 멀리 가는 차입니다. 일반적인 전기 SUV가 100km에 15~20kWh 안팎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필랑트는 기록 주행에서 100km당 7.8kWh 수준의 전비를 보여줬다고 알려졌습니다.
저도 처음 전기차를 빌려 탔을 때 전비 숫자를 별로 안 봤습니다. 그냥 배터리 퍼센트만 보고 ‘아직 40% 남았네’ 이런 식이었죠. 그런데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조금 올리고, 에어컨 세게 틀고, 타이어 공기압이 낮은 상태로 달리면 남은 주행 가능 거리가 은근히 빨리 줄어듭니다. 내연기관차에서 연비 1~2km/L 차이 나는 것보다 전기차 전비 차이가 체감이 더 빨리 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일상 운전자가 배울 건 공기저항입니다
르노 필랑트처럼 낮고 길게 만든 차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선택입니다. 차가 시속 80km, 100km를 넘어가면 바퀴 굴리는 힘보다 공기를 밀어내는 힘이 훨씬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루프박스, 자전거 캐리어, 열린 창문 같은 게 생각보다 전비와 연비를 많이 잡아먹습니다.
저는 예전에 캠핑 다녀온 뒤 루프박스를 귀찮아서 한 달 넘게 얹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시내에서는 큰 차이를 못 느꼈는데, 고속도로 장거리 한 번 뛰고 나니 연료 게이지 내려가는 속도가 평소랑 달랐습니다. 전기차라면 이게 그대로 충전 횟수로 바뀝니다. 충전소 줄 긴 휴게소에서 20분 더 기다릴지 말지가 이런 작은 습관에서 갈립니다.
- 고속 주행이 많으면 루프박스는 필요한 날만 장착하는 편이 낫습니다.
- 창문을 활짝 열고 100km/h로 달리면 냉방비 아끼는 느낌보다 저항 손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 트렁크에 항상 싣고 다니는 짐 20~30kg도 장거리에서는 은근히 부담입니다.
타이어와 공기압은 주차장에서도 티가 납니다
필랑트에는 미쉐린이 개발한 낮은 구름저항 타이어가 들어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구름저항이라는 말이 좀 딱딱한데, 쉽게 말하면 바퀴가 굴러갈 때 에너지를 얼마나 덜 먹느냐입니다. 타이어 폭이 넓고 접지력이 강하면 멋은 있는데, 효율 면에서는 손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실생활에서는 타이어 공기압부터 보면 됩니다. 공기압이 낮으면 타이어가 바닥에 눌려 닿는 면적이 늘고, 조향도 둔해지고, 연비도 떨어집니다. 주차장에서는 더 현실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핸들을 끝까지 감고 좁은 기둥 옆에 넣을 때 차가 무겁게 밀리는 느낌, 타이어 옆면이 연석에 쓸리는 상황이 잦아집니다. 초보 때는 이런 걸 실력 문제로만 생각하는데, 차 상태 문제도 꽤 섞여 있습니다.
제가 자주 보는 공기압 타이밍
- 기온이 갑자기 내려간 첫 주
- 장거리 출발 전날
- 타이어 교체 후 2~3주 지난 시점
- 주차 중 핸들이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질 때
공기압은 운전석 문 안쪽 스티커에 적힌 권장값을 기준으로 맞추는 게 가장 무난합니다. 타이어 옆면에 적힌 숫자는 최대 허용 압력인 경우가 많아서 그대로 넣으면 승차감이 딱딱해질 수 있습니다. 이거 은근히 헷갈리는 분 많습니다.
르노 필랑트식 운전 습관을 현실에 맞게 쓰는 방법
솔직히 우리는 필랑트처럼 누워서 1인승 캡슐을 타고 다닐 일이 없습니다. 마트도 가야 하고, 아이도 태워야 하고, 지하주차장 경사로도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서 기록차의 기술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원리를 가져오는 게 맞습니다.
첫째, 급가속을 줄이는 게 가장 큽니다. 전기차는 초반 토크가 좋아서 살짝만 밟아도 쭉 나가는데, 그 재미에 익숙해지면 전비가 바로 무너집니다. 둘째, 고속도로에서 100km/h와 120km/h는 생각보다 차이가 큽니다. 시간은 조금 줄지만 배터리는 꽤 더 씁니다. 셋째, 회생제동을 너무 강하게만 쓰는 것도 답은 아닙니다. 차가 자연스럽게 굴러갈 수 있는 상황에서는 탄력 주행이 더 편하고 효율적일 때가 있습니다.
- 출발할 때는 앞차와 간격을 보고 부드럽게 밟습니다.
- 고속도로에서는 제한속도 안에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합니다.
- 내리막에서는 회생제동 단계와 탄력 주행을 상황에 맞게 바꿉니다.
- 충전 잔량 20% 아래로 몰아붙이는 습관은 줄이는 게 마음도 편합니다.
주차 생활에서 보면 더 현실적인 차이
르노 필랑트는 폭이 약 1.71m로 요즘 SUV보다 좁은 편입니다. 길이는 길지만 폭이 좁다는 건 주차장에서 꽤 큰 장점입니다. 한국 주차장은 흰 선 폭이 넉넉하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특히 오래된 상가 지하주차장은 기둥, 소화전, 벽 모서리까지 전부 운전자를 시험합니다.
저는 차를 고를 때 제원표에서 전장보다 전폭을 더 유심히 봅니다. 길이는 후방카메라와 센서로 어느 정도 버티는데, 폭은 옆 차 문콕과 직결됩니다. 전폭 1.9m 넘는 SUV를 좁은 기계식 주차장에 넣으려면 매번 신경이 곤두섭니다. 반대로 폭이 1.8m 안팎이면 오래된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확실히 부담이 덜합니다.
필랑트 같은 기록차를 보면서 ‘저런 차가 양산되면 사야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차가 가볍고, 공기저항이 적고, 타이어 상태가 좋고, 운전자가 급하게 몰지 않으면 같은 배터리로 훨씬 멀리 간다는 건 분명합니다. 운전 14년 해보니 결국 돈 아끼는 운전은 대단한 기술보다 귀찮은 기본을 덜 빼먹는 쪽에 가깝습니다. 충전비든 과태료든 문콕 수리비든, 사소한 습관 하나가 나중에 영수증으로 돌아오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