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성씨를 검색했다면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방법

얼마 전 주차장에서 작은 접촉 사고가 있었는데, 상대 차주 이름을 보험 접수 문자로 보고 괜히 예전 뉴스에서 봤던 성씨가 떠올랐습니다. 솔직히 그 순간 저도 뜨끔했습니다. 운전 14년 하면서 느낀 게, 사람은 급하면 참 이상한 데서 판단을 끌어옵니다. 차종 보고 운전 습관을 단정하고, 지역 번호판 보고 성격을 짐작하고, 심지어 성씨 하나 보고 집안 배경까지 떠올리는 식입니다.
그런데 친일파 성씨라는 말은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검색어로는 자극적이지만, 실제로는 성씨만으로 누가 친일 후손인지 알 수 없습니다. 같은 김씨, 이씨, 박씨 안에도 본관이 수십 개고, 같은 본관 안에서도 갈래가 엄청 많습니다. 한국에서 흔한 성씨 몇 개만 합쳐도 인구 절반 가까이가 걸리는데, 거기에 친일이라는 딱지를 붙이면 너무 많은 사람을 근거 없이 몰아가는 일이 됩니다.
친일파 성씨를 찾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
친일 행적은 성씨가 아니라 개인의 기록으로 확인하는 영역입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국가기록원 같은 곳에서 다루는 자료도 기본 단위는 사람입니다. 누구의 이름, 생몰연도, 직책, 당시 활동, 남긴 문서, 관보 기록, 재산 형성 과정 같은 것이 맞물려야 판단이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친일 인물의 성이 김씨였다고 해서 김씨 전체가 문제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운전으로 치면 흰색 SUV 한 대가 얌체 끼어들기를 했다고 해서 모든 흰색 SUV 운전자가 얌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실제 도로에서는 그렇게 단정하면 사고 납니다. 사람 문제는 더 그렇고요.
- 성씨만으로 친일 여부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 같은 성씨라도 본관, 계파, 가계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 친일 행적은 개인 기록과 공적 자료로 확인해야 합니다.
-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현재의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별개의 문제입니다.
왜 이런 검색어가 자꾸 나오는지
사실 이해는 됩니다. 일제강점기 때 권력과 재산을 얻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 재산이나 지위가 해방 뒤에도 이어졌다는 문제의식이 오래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는 땅을 잃고, 누군가는 강제로 끌려가고, 누군가는 이름까지 바꾸며 버텼는데, 반대로 식민 권력에 붙어서 출세한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묻습니다. 그 사람들은 누구였나. 지금도 그 영향이 남아 있나. 어떤 집안이었나. 여기까지는 역사에 대한 관심입니다. 그런데 그 관심이 성씨 목록 찾기로 넘어가면 위험해집니다. 이름 세 글자 중 성 하나만 떼어놓고 역사적 책임을 묻는 방식은 너무 거칠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 성씨는 특정 몇 개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김, 이, 박, 최, 정 같은 성은 주변에서 매일 만납니다. 회사에도 있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도 있고, 내 보험 담당자 이름에도 있습니다. 이런 성씨가 친일 인물 명단에 등장한다고 해서 그 성씨 전체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생활이 이상해집니다. 주차장에서 옆 차 번호만 보고 시비 걸 준비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확인하려면 성씨가 아니라 기록을 봐야 합니다
어떤 인물의 친일 여부가 궁금하다면 성씨 검색보다 정확한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전체 이름을 봐야 하고, 동명이인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예전 기록은 한자 이름이 같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한글 이름만 보고 단정하면 엉뚱한 사람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활동 시기입니다. 일제강점기 어느 시기에 어떤 직책을 맡았는지, 어떤 단체에 있었는지, 전쟁 협력이나 징병 선전, 군수 지원, 고등 경찰 활동처럼 구체적 행위가 있었는지를 봐야 합니다. 그냥 일본에서 공부했다, 관청에 근무했다 정도만으로는 각각의 맥락이 다릅니다. 물론 높은 자리에서 식민 통치에 적극 협력한 경우라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검색할 때 확인할 기준
- 성씨가 아니라 이름과 한자 표기를 같이 확인합니다.
- 생몰연도와 활동 지역을 봅니다.
- 공식 조사 자료에 등재된 인물인지 확인합니다.
- 신문 기사보다 원자료나 공신력 있는 기관 자료를 우선합니다.
- 후손, 같은 문중, 같은 성씨를 같은 책임으로 묶지 않습니다.
이 과정이 귀찮아 보여도, 역사 문제에서는 이 정도 조심이 필요합니다. 과태료 고지서도 차량 번호 한 자리 틀리면 다른 사람 일이 됩니다. 하물며 사람 이름과 집안 문제는 더 세밀하게 봐야 합니다.
친일파 성씨 목록이 위험한 이유
인터넷에는 가끔 특정 성씨를 나열하면서 친일파 집안이라고 몰아가는 글이 보입니다. 클릭은 잘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은 대개 허술합니다. 유명 친일 인물 몇 명의 성씨를 뽑아 놓고, 그 성씨를 가진 사람 전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런 글이 위험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실제 역사 책임을 흐립니다. 개인의 행적과 구조적 문제를 따져야 하는데, 갑자기 성씨 싸움으로 번집니다. 둘째, 아무 관련 없는 사람에게 낙인을 찍습니다. 성씨는 내가 고른 것도 아니고, 같은 성씨라고 같은 집안도 아닙니다.
운전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습니다. 어떤 지역 번호판 차가 난폭 운전을 했다고 그 지역 차만 보면 예민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운전하면 내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진짜 봐야 할 건 깜빡이, 차간거리, 속도, 운전 흐름입니다. 역사에서도 봐야 할 건 성씨가 아니라 행위와 기록입니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이렇게 접근하는 게 낫습니다
친일파 성씨를 찾고 싶다는 마음 뒤에는 대개 역사적 불공정에 대한 분노가 있습니다. 그 감정 자체를 이상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방향을 잘 잡아야 합니다. 성씨를 찍는 방식보다, 친일 행위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해방 뒤 어떤 식으로 청산되지 못했는지를 보는 편이 훨씬 남는 게 많습니다.
가령 친일 인명 자료를 볼 때는 직업군별로 보는 게 더 유익합니다. 경찰, 군인, 관료, 언론인, 교육자, 기업인처럼 분야별로 보면 당시 식민 통치가 어떤 방식으로 굴러갔는지 보입니다. 또 재산 환수 문제, 서훈 취소 문제, 역사 교과서 논쟁처럼 지금까지 이어지는 쟁점도 같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성씨 목록을 들고 사람을 판단하는 태도는 피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역사적 책임은 흐리면 안 되지만, 엉뚱한 사람에게 화살이 가도 안 됩니다. 주차장에서 남의 차 문콕을 잡을 때도 블랙박스, 위치, 시간, 흔적을 맞춰봐야 하듯이, 역사도 감정만으로 밀어붙이면 나중에 틀릴 가능성이 큽니다. 불편한 역사일수록 더 정확하게 봐야 오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