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렌터카 부녀 사망 기사 보고 렌터카 여행에서 꼭 챙길 방법

얼마 전 제주에서 렌터카 안에 있던 40대 아버지와 4세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기사를 보고 한참 멍했습니다. 운전 14년 하면서 주차장 사고, 접촉사고, 견인, 과태료 같은 이야기는 많이 해봤지만 이런 소식은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아직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함부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운전하는 사람 입장에서, 특히 여행지에서 렌터카를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할 거리는 분명히 있습니다.
제주는 렌터카 이용이 워낙 많습니다. 공항에서 차 받고, 숙소 찍고, 오름이나 해변 주차장에 세우고, 다시 밥집 찾아가는 식이죠. 그런데 낯선 길, 낯선 차, 낯선 주차장이라는 조합은 생각보다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운전 실력과 별개로 긴장이 쌓이고, 동승자가 있으면 신경 쓸 것도 많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제주 렌터카를 탈 때는 차 상태보다 먼저 사람 상태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 렌터카는 편하지만 피로가 빨리 쌓입니다
렌터카 여행을 해보면 처음 2시간은 신납니다. 그런데 공항 근처 교통량, 좁은 골목, 관광지 주차장, 갑자기 튀어나오는 보행자, 네비가 시키는 이상한 샛길이 계속 이어지면 운전자가 생각보다 빨리 지칩니다. 특히 제주 초행이면 속도 감각도 흔들립니다. 시내는 답답하고, 중산간 도로는 뻥 뚫려 있어서 나도 모르게 속도가 올라갑니다.
제가 예전에 서귀포 쪽으로 내려가다가 느낀 건데, 렌터카 운전은 내 차 운전보다 피로도가 높습니다. 브레이크 감각도 다르고, 사이드미러 위치도 어색하고, 후방카메라 선도 내 차랑 다릅니다. 별거 아닌 차이가 주차장에서 실수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아이가 울거나 일정이 밀리면 운전자는 말 그대로 과부하가 옵니다.
- 공항 도착 직후 바로 장거리 이동하지 않기
- 첫 목적지는 30분 안쪽 거리로 잡기
- 운전자 한 명에게 하루 종일 운전 몰아주지 않기
- 해 지기 전 숙소 주차까지 끝내는 일정으로 짜기
주차장에서 이상한 차량을 보면 그냥 넘기지 않는 법
이번 보도에서 행인의 신고가 있었다는 부분이 저는 오래 남았습니다. 주차장에서 차 안에 사람이 있는데 움직임이 없거나, 창문이 안쪽에서 심하게 김이 서려 있거나, 같은 자리에 너무 오래 서 있는 차량이 있으면 사실 누구나 찜찜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냥 지나칩니다. 괜히 오지랖 부리는 것 같고, 남의 차 들여다보는 것도 부담스럽거든요.
근데 운전 오래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주차장은 생각보다 위험 신호가 조용하게 나타나는 장소입니다. 접촉사고도 조용히 나고, 아이 갇힘 사고도 처음엔 티가 잘 안 나고, 음주 후 잠든 차량도 겉으로는 그냥 주차된 차처럼 보입니다. 신고가 거창한 행동은 아닙니다. 의심이 들면 관리실, 주차장 직원, 112나 119에 상황만 전달해도 됩니다.
이럴 때는 바로 알려도 됩니다
- 차 안 사람이 불러도 반응이 거의 없을 때
- 어린아이가 혼자 차량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일 때
- 차량 내부에 연기, 냄새, 비정상적인 김서림이 보일 때
- 주차장 외진 곳에 장시간 움직임 없이 서 있을 때
- 차량 주변에 위험 물건이나 이상한 흔적이 보일 때
괜히 문을 열려고 하거나 직접 해결하려고 덤비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번호판, 위치, 차량 색상, 안에 사람이 보이는지 정도만 차분히 전달하면 됩니다. 신고자는 수사관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걸 알려주는 사람입니다.
렌터카 받을 때 운전자가 꼭 확인할 것
렌터카 인수할 때 다들 사진 찍는 건 열심히 합니다. 흠집, 휠, 범퍼, 문콕. 저도 그건 무조건 합니다. 그런데 안전 쪽 확인은 의외로 대충 넘어갑니다. 블랙박스 켜졌는지, 비상등 위치가 어디인지, 전조등이 오토인지, 사이드브레이크 방식이 버튼인지 레버인지 정도는 출발 전에 만져봐야 합니다.
특히 가족 여행이면 더 그렇습니다. 아이가 타면 문 잠금, 창문 잠금, 카시트 고정 상태까지 봐야 합니다. 렌터카 업체 주차장에서 3분만 더 쓰면 길 위에서 당황할 일이 줄어듭니다. 저는 처음 타는 차는 출발 전 브레이크를 두세 번 밟아봅니다. 페달 깊이가 생각보다 차마다 다릅니다. 후진 기어 넣고 후방카메라 각도도 봅니다. 이런 사소한 확인이 주차장 접촉사고를 꽤 줄여줍니다.
- 차량 외부 흠집은 영상으로 한 바퀴 촬영
- 타이어 옆면과 휠 긁힘 확인
- 블랙박스 작동 표시 확인
- 비상등, 라이트, 와이퍼 위치 확인
- 브레이크 감각과 후진 카메라 화면 확인
- 보험 범위와 단독사고 보장 여부 확인
사람이 힘들면 운전도 같이 흔들립니다
운전 얘기를 하다 보면 늘 차와 도로만 보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잠을 못 잔 상태, 감정이 무너진 상태, 가족과 크게 다툰 직후, 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는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게 맞습니다. 여행지에서는 이 판단이 더 흐려집니다. 숙소까지 조금만 가면 된다, 예약 시간이 아깝다, 차를 반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억지로 움직이게 됩니다.
저도 예전에 제주에서 비행기 지연 때문에 새벽에 차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숙소까지 50분 거리였는데, 중간부터 눈이 뻑뻑하고 차선이 늦게 보이더라고요. 결국 편의점 앞에 세우고 20분 쉬었습니다. 그 20분 때문에 일정이 망가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때 안 쉬었으면 진짜 사고 날 뻔했다는 생각이 아직도 납니다.
동승자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 운전자가 말수가 갑자기 줄면 쉬자고 먼저 말하기
- 일정이 밀려도 운전자 탓으로 몰지 않기
- 주차장 위치와 출구를 같이 봐주기
- 아이 케어와 네비 확인을 운전자에게 한꺼번에 맡기지 않기
- 감정적으로 힘들어 보이면 운전보다 휴식을 먼저 잡기
혹시 본인이나 주변 사람이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혼자 버티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는 24시간 연결됩니다. 운전 팁 글에서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조심스럽지만, 차 안이라는 공간이 너무 고립되기 쉬워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렌터카 여행은 차보다 일정을 느슨하게 잡아야 합니다
제주 렌터카 사고나 안타까운 소식을 볼 때마다 저는 일정표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루에 동쪽, 남쪽, 서쪽을 다 찍겠다는 일정은 운전자를 계속 몰아붙입니다. 주차장 자리 찾는 시간, 아이 화장실 가는 시간, 갑자기 비 오는 시간까지 넣으면 지도 앱의 예상 시간은 거의 맞지 않습니다.
초행이면 하루 목적지는 큰 동선 2곳 정도가 딱 좋습니다. 오름 하나, 밥집 하나, 카페 하나, 숙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움직입니다. 운전자는 여행 내내 기사 역할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같이 쉬고 같이 봐야 여행입니다. 렌터카는 자유를 주지만, 그 자유를 빡빡한 일정으로 다 써버리면 남는 건 피로뿐입니다.
제주 렌터카 부녀 사망 소식은 가볍게 소비할 뉴스가 아니라고 봅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조심해야 하고, 누군가의 비극을 운전 팁으로만 재단해서도 안 됩니다. 다만 주차장에서 이상한 낌새를 지나치지 않는 눈, 렌터카를 받자마자 안전장치를 확인하는 습관, 운전자가 힘들 때 멈출 수 있는 분위기만큼은 우리 쪽에서 당장 바꿀 수 있습니다. 오래 운전해보니 사고를 피하는 기술은 핸들링보다 멈추는 판단에서 나올 때가 많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