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부를 때 주차장까지 편하게 나오는 방법

얼마 전 지하주차장에서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다가 전화를 세 번이나 주고받았다. 나는 B동 지하 2층에 있었고, 기사는 A동 지상 출입구에 서 있었다. 같은 건물이라 금방 만나겠지 싶었는데 10분 넘게 걸렸다. 운전 14년 차인데도 대리운전을 부를 때마다 가끔 이런 실수를 한다. 목적지만 정확히 찍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날 이후로는 호출 전에 차가 어디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별것 아닌 순서 같아도 기사와 빨리 만나고, 주차장 출구에서 허둥대지 않는 데 꽤 효과가 있었다.
호출 전에 차 위치를 한 문장으로 적어둔다
대형 건물은 주소 하나에 주차장 입구가 여러 개다. 지하 2층이라는 정보도 부족할 때가 있다. 나는 호출 메모에 ‘B동 지하 2층, 파란색 3번 기둥 앞, 편의점 쪽 엘리베이터’처럼 적는다. 기둥 번호가 없다면 주차 구역 색깔이나 가까운 엘리베이터 번호라도 넣는다. 기사에게 전화가 오면 그 문장을 그대로 읽어주면 된다.
출발지 핀도 한 번 더 본다. 식당에서 호출하면 내 위치가 식당 정문으로 잡히는데 차는 건물 뒤편 주차장에 있을 수 있다. 차가 있는 곳으로 핀을 옮기거나, 기사와 만나기 쉬운 출입구를 먼저 정하는 편이 낫다. 다만 술을 마셨다면 ‘차를 잠깐 빼서 앞에 대놓자’는 생각은 접는다. 주차장 안에서 짧게 움직이는 일도 직접 운전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차종과 차량번호도 틀리지 않게 넣는다. 가족 차를 몰고 나왔다가 평소 내 차 정보로 호출한 적이 있는데, 서로 다른 차를 찾느라 주차장 한 바퀴를 돌았다. 호출 버튼을 누르기 전 20초만 확인해도 피할 수 있는 일이다.
요금은 주차비와 경유지까지 같이 본다
대리운전 요금을 볼 때 처음 표시된 금액만 기억하면 당황하기 쉽다. 목적지를 바꾸거나 중간에 사람을 내려주면 요금이 달라질 수 있다. ‘집 근처니까 잠깐 들르면 되겠지’ 싶어도 경유지가 있다면 호출할 때 넣거나 출발 전에 기사와 요금을 확인하는 게 편하다. 나중에 차 안에서 얘기하면 서로 예상한 경로가 다를 수 있다.
주차비도 따로 챙긴다. 식당에서 차량번호를 등록해야 무료 주차가 적용되는 곳이라면, 기사가 오기 전에 등록을 끝낸다. 예전에 계산은 다 하고 차에 탔는데 출구에서 미등록 사실을 알아서 다시 매장에 전화한 적이 있다. 뒤차가 기다리는 출구에서 그 통화를 하니 몇 분이 유난히 길었다. 할인권이 종이로 나오는 곳은 운전석에 두기보다 기사에게 바로 건네기 쉬운 곳에 둔다.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는 차라면 통행료를 어떻게 낼지도 생각해둔다. 목적지까지 여러 길이 있는 지역에서는 유료도로 이용 여부를 출발 전에 말해두는 게 좋다. 내가 원하는 길이 있다면 초반에 알려주는 편이 길이 갈라진 뒤에 얘기하는 것보다 훨씬 덜 번거롭다.
기사와 만나면 보험보다 먼저 운전할 차를 확인한다
기사와 만났을 때는 호출 화면의 기사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고, 내 차의 시동 방식과 주차 브레이크 위치를 알려준다. 요즘 차는 전자식 변속기나 버튼식 주차 브레이크가 제각각이라 처음 타는 사람이 바로 익숙할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지하주차장 출구가 좁거나 일방통행이면 그것도 미리 말한다. 나는 ‘오른쪽 출구는 높이가 낮으니 왼쪽으로 나가 주세요’ 같은 정보를 가장 먼저 전하는 편이다.
보험도 막연히 ‘대리운전이면 다 되겠지’ 하고 넘기지 않는다. 대리운전자 보험은 계약에 따라 대물배상, 내 차 손해의 보상 한도와 자기부담금이 다를 수 있다.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의 대리운전자 보험 안내에서도 보장 범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수리비가 크게 나올 수 있는 차라면 이용하는 서비스에서 보험 가입 여부와 보장 내용을 미리 확인해두는 게 마음 편하다.
그렇다고 주차장 한가운데서 보험 설명을 길게 읽자는 얘기는 아니다. 평소 쓰는 서비스를 정할 때 한 번 확인해두고, 그날은 배정된 기사 정보가 호출 내역과 맞는지만 살피면 된다. 낯선 사람이 내 차를 운전하는 만큼 이 정도 확인은 과한 절차가 아니다.
도착해서는 주차한 자리와 차 상태를 같이 본다
집 앞에 도착하면 빨리 내리고 싶은 마음부터 든다. 나도 그랬다가 다음 날 차가 방문객 구역에 있는 걸 보고 관리실에 내려간 적이 있다. 기사에게 ‘아무 데나 세워 주세요’라고 말하기보다 동 번호, 지정 구역, 진입 가능한 출입구를 알려주는 게 낫다. 밤에는 경비실 쪽 출입구만 열리는 단지도 있으니 평소 귀가할 때 쓰는 길을 생각해두면 좋다.
주차가 끝나면 차 주변을 짧게 둘러본다. 어두운 곳이라면 휴대전화 불빛으로 범퍼 모서리와 휠 근처 정도는 볼 수 있다. 긁힘이나 접촉이 의심되면 그 자리에서 기사에게 말하고 사진을 남긴 뒤, 호출 서비스와 보험 접수 방법을 확인한다. 다음 날 기억만으로 어느 벽을 스쳤는지 되짚는 것보다 현장에서 위치와 시간을 기록하는 편이 수월하다.
차 키와 주차권, 휴대전화를 챙기고 결제 내역을 본다. 대리운전은 차를 집까지 가져오는 서비스지만, 내가 어디서 기사를 만나고 어느 자리에 차를 세울지만 또렷하게 말해도 밤의 번거로움이 많이 줄어든다. 술자리 뒤에는 판단이 느슨해지기 쉬워서, 나는 호출 전에 차 위치와 주차 조건부터 메모해두는 습관을 계속 지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