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소방위 생각하며 소방차 길 비워두는 방법

며칠 전 아파트에 늦게 들어갔더니 주차 자리가 꽉 찼습니다. 현관 앞 넓은 공간에 차 한 대가 서 있길래 저도 잠깐 세울까 싶었죠. 가까이 가서 바닥을 보니 ‘소방차 전용’ 표시가 있었습니다. 운전 14년 차인데도 피곤한 밤에는 편한 자리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진석 소방위 소식을 접하고 그날 주차장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경기도 발표에 따르면 김 소방위는 소방장으로 근무하다 순직했고, 소방위로 특별승진했습니다. 다만 그 공장 화재를 불법 주차와 연결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 일을 주차 사고처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얘기는 평소 차를 세우고 움직일 때 소방차의 자리를 어떻게 남겨둘지입니다.
소방차 전용구역은 빈 주차칸이 아닙니다
아파트에서 주차 자리를 찾다 보면 소방차 전용구역이 유난히 넓어 보입니다. 밤늦게는 아무도 쓰지 않을 것 같고, ‘10분만’이라는 생각도 들죠. 하지만 출동할 때 필요한 건 빈자리 하나가 아니라 소방차가 들어와 멈추고 장비를 펼칠 공간입니다. 차를 금방 뺄 수 있다는 운전자 사정은 출동 시각을 맞춰주지 않습니다.
소방기본법 시행령은 전용구역 안에 주차하는 행위뿐 아니라 앞뒤와 양옆에 차나 물건을 두어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 진입로를 막는 행위도 방해행위로 봅니다. 표시 안쪽만 피했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옆에 정식으로 그어진 주차구획에 주차하는 경우는 별도로 규정돼 있으니, 표시와 주차선을 함께 보는 게 정확합니다.
저는 자리가 없을 때 바닥 글씨부터 확인하고, 그다음 차가 들어오는 방향을 봅니다. 차 앞부분이 전용구역을 침범하지 않아도 소방차가 꺾어 들어올 길목을 막을 수 있거든요. 애매하면 경비실이나 관리사무소에 물어보고 다른 자리를 찾는 편이 결국 덜 번거로웠습니다.
소화전 근처는 5미터를 비워둡니다
도로에서는 ‘차가 지나갈 폭은 남았는데?’ 하고 세우기 쉽습니다. 저도 예전에 잠깐 물건을 내리면서 소화전 옆 빈 공간을 먼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소화전은 차가 통과하는 길이 아니라 물을 연결해 쓰는 자리입니다. 차 한 대가 서 있으면 작업할 공간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도로교통법은 소방용수시설이나 비상소화장치 등이 설치된 곳에서 5미터 이내를 정차와 주차가 금지되는 장소로 정합니다. ‘잠깐 세웠다’는 말도 여기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소방시설 주변에 붉은 표시가 있으면 알아보기 쉽지만, 저는 표시가 눈에 잘 안 띄어도 시설 자체가 보이면 거리를 두고 다시 자리를 찾습니다.
차를 세우기 전에는 앞만 보지 말고 뒤도 한 번 보는 게 좋습니다. 운전석에서는 소화전이 차 뒤쪽에 가려지기 쉽습니다. 몇 걸음 더 걸어야 하는 자리에 세우더라도, 나중에 차를 급히 빼러 돌아오는 것보다는 마음이 편합니다.
이중주차를 했다면 연락처만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주차난이 심한 곳에서는 이중주차를 피하기 어려운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소방차 진입로와 동 출입구 앞만큼은 먼저 제외해야 합니다. 연락처를 남겼으니 괜찮겠지 싶어도, 긴급 출동 중에 누군가 전화를 걸어 차주를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제가 이중주차가 불가피할 때 확인하는 건 세 가지입니다. 차가 통로의 폭을 줄이지 않는지, 다른 차가 밀어야만 이동할 수 있는 상태인지, 관리사무소가 안내한 허용 위치인지입니다. 차종과 주차장 경사에 따라 중립 주차 자체가 위험하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무작정 기어만 중립으로 놓는 것도 답은 아닙니다. 허용 위치가 없으면 차를 밖으로 옮기는 쪽을 택합니다.
특히 모퉁이와 경사로 입구는 승용차로는 돌아 나갈 수 있어 보여도 큰 차량에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주차선이 없는 자리에 차를 세울 때는 ‘내 차가 들어간다’보다 ‘더 큰 차가 돌아 나간다’를 기준으로 보는 습관이 도움이 됐습니다.
사이렌이 들리면 먼저 공간부터 찾습니다
운전 중 소방차가 뒤에서 오면 순간 마음이 급해집니다. 저도 처음에는 무조건 브레이크부터 밟았다가 뒤차와 가까워져 식은땀을 흘린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사이렌이 들리면 거울로 소방차의 위치와 주변 차의 움직임을 보고, 안전하게 비켜설 공간을 찾습니다.
교차로를 막고 서 있다면 소방차가 지나갈 길을 남길 수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신호와 보행자, 옆 차를 확인하지 않은 채 급히 차선을 바꾸거나 인도로 올라서는 행동은 또 다른 사고를 부를 수 있습니다. 소방차 앞에 끼어들거나 뒤를 바짝 따라가는 것도 길을 비켜주는 행동과는 거리가 멉니다.
김진석 소방위의 이름을 떠올리면 주차장에서 몇 걸음 덜 걷겠다고 고르는 자리가 달리 보입니다. 출동 현장은 소방관이 감당합니다. 운전자인 저는 적어도 그 현장까지 가는 길과 장비를 놓을 공간은 비워두고 싶습니다.
